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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일기

도쿄 여행 3일 차 - 3 - : 에노시마의 절경과 아사쿠사의 인연

by 섯길 2025.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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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덴을 타고 떠난 에노시마 여행

일본 여행 중에서도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방문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에노덴을 타고 도착한 에노시마는 겨울이라 그런지 예상보다 한적한 분위기였다.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이 몰려 북적일 텐데, 한산한 길을 걸으며 느긋하게 섬을 둘러볼 수 있어 오히려 더 좋았다. 에노시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하는 섬으로, 바다를 따라 펼쳐진 풍경과 전통적인 신사들이 어우러져 있어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에노시마 신사까지 오르는 길은 꽤나 가파르고 걸어서 올라가려니 다소 힘들었다. 도중에 계단을 오르며 잠시 숨을 고르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걸어가기 부담스러운 경우 유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신사에 도착하자 붉은 도리이와 전통적인 신사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에노시마 신사 사진

이곳에서는 에노시마의 수호신에게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았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겨울이라 그런지 방문객도 많지 않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한적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에노시마의 상징적인 명소인 시캔들까지 걸어가며,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점점 넓어지는 시야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고, 결국 전망대에는 오르지 않고 주변 벤치에서 쉬기로 했다.

이것도 좋지만 조금 아쉽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전망대에 올라가 시캔들 위에서 보는 바다 풍경을 직접 경험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혹시라도 에노시마를 방문할 예정이라면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을 놓치지 말기를 추천한다. 해가 지기 전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사쿠사에서 만난 여행의 인연

에노시마 다리 석양 사진
돌아가는길 석양이 아름답다

이제 도쿄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에노덴과 전철을 갈아타며 도쿄로 복귀하는 길에 바라본 석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다 위로 물든 붉은 노을과 잔잔한 파도가 어우러진 풍경은 겨울 특유의 맑은 공기 덕분인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도쿄로 돌아온 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던 아사쿠사로 이동했다. 사실 아사쿠사는 여행 계획 초기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마침 약속 장소가 아사쿠사로 정해지면서 일정을 조정하여 겸사겸사 방문하기로 했다. 아사쿠사는 도쿄에서도 가장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센소지와 나카미세도리, 홉피거리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나카미세도리 사진
겨울은 이런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시간이었고, 겨울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상점이 일찍 문을 닫아 아쉬웠다. 한산한 나카미세도리와 조명이 들어온 홉피거리를 거닐며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 만난 B는 유럽 여행 중 로마에서 같은 도미토리를 사용하며 알게 된 인연이었다. 일본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는 그는 단골 가게로 나를 안내해 주었는데, 한국어 메뉴는커녕 필기체로 적힌 일본어 메뉴판뿐이라 번역기조차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진정한 로컬 이자카야였다.

로컬 이자카야 안주 사진
신선한 해산물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삶과 문화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2차로 이동한 곳은 아사히 맥주 본사의 고층에 위치한 직영 맥주점이었다. 도쿄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마시는 맥주는 훌륭했지만, 안주 메뉴의 퀄리티는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전망과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곳이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니, 도쿄의 반짝이는 불빛과 스카이트리가 어우러진 밤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아사히 본사 맥주 사진
맥주맛은 최고였다.

 

혼자만의 술자리와 하루의 마무리

맥주점을 나서며 아쉬움을 느꼈지만, 더 늦은 시간에 갈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좋은 사람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난 후라 그런지 기분이 좋았고, 살짝 알딸딸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왠지 술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긴자 주변에서 또 다른 이자카야를 찾아 나섰다. 일본 여행 중 이런 즉흥적인 일정 변경도 즐거움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조용한 분위기의 작은 이자카야에 들어갔다. 역시나 한국어 메뉴는 없었지만, 그동안 열심히 공부한 일본어와 번역기를 활용해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이자카야 안주 사진
끝도없이 들어간다...

혼자서 가볍게 마시려 했지만, 어느새 3차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회가 들어간 샐러드, 계란말이, 그리고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모든 요리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사실 일본 음식은 내 입맛에 너무나 잘 맞아 늘 만족스럽다. 국밥을 1년 내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음식도 좋아하지만, 일본 음식은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여행을 하며 좋은 음식점을 발견할 때마다 기록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저장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다음번에는 꼭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혼자만의 술자리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고, 도쿄의 밤거리를 걸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길은 기분 좋은 여운으로 가득했다. 일본 여행을 하며 느끼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런 여운이 남는 날들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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