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에서의 첫 식사, 그리고 에노덴 탑승
가마쿠라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식당을 철저하게 검색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평점이 높은 곳을 몇 군데 정도는 체크해두는 습관이 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Akari Dining"**이라는 식당으로, 가리비 관자덮밥 정식이 이곳의 대표 메뉴라고 한다. 가리비 관자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지만, 한 그릇 가득 쌓여 나오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대 반, 긴장 반의 마음으로 가게를 찾았다.
이곳도 웨이팅이 긴 곳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다행히 오픈 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약 10분 정도 기다린 후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가리비 관자덮밥 정식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 접시 위에 빼곡하게 올려진 관자 덮밥과 함께 바삭하게 튀겨진 튀김 요리가 함께 제공되었다.

시각적으로도 만족스러웠고, 한입 먹어보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덮밥 소스가 잘 배어 있어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튀김 역시 바삭하게 잘 튀겨져 있어 전체적으로 완성도 높은 한 끼였다.
식사를 마친 후 가마쿠라역 주변을 둘러볼까 고민했지만, 관광객이 즐길 만한 장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에노덴(江ノ電)**을 여러 번 탈 예정이었기 때문에 **에노덴 1일 프리패스 "노리오리쿤(のりおりくん)"**을 구매했다. 이 패스는 에노덴을 4회 이상 이용할 경우 무조건 이득이기 때문에 적극 추천할 만하다. 또한 가마쿠라역을 비롯해 에노덴 노선 내 모든 매표소에서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첫 번째 목적지는 가마쿠라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 **고토쿠인(가마쿠라 대불)**과 하세데라가 위치한 하세역이었다. 에노덴을 타고 바다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가마쿠라의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마쿠라 대불과 하세데라, 고즈넉한 사찰 여행
하세역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고토쿠인(高徳院)**이었다. 이곳에는 가마쿠라의 대표적인 상징 중 하나인 **가마쿠라 대불(鎌倉大仏)**이 자리하고 있다. 높이 약 13.35m에 달하는 청동 불상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했고,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대불 주변을 둘러보며 자세히 살펴보니,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대불 내부로도 들어가 볼 수 있었지만, 내부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기 때문에 큰 감흥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늦가을의 단풍이 아직 일부 남아 있어, 단풍과 대불이 어우러지는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대불 자체를 제외하면 크게 감동적인 요소가 많지 않아 다소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한 번쯤 방문하면 충분한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토쿠인을 둘러본 후에는 **하세데라(長谷寺)**로 이동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찰을 감싸고 있는 울창한 나무들이 눈길을 끌었다. 하세데라는 단순한 사찰이 아니라 정원과 불상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사찰 곳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불상과 석상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으며, 특히 **수백 개의 동자상(地蔵尊)**이 무리지어 있는 모습이 독특했다. 또한, 여름이면 수국이 만개하는 **수국의 길(アジサイの小径)**이 있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다소 휑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길을 따라 걸으며 하세데라만의 정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다.
사찰의 능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자, 정상에서 가마쿠라의 해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사찰을 감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망대 역할까지 하는 곳이라 탁 트인 바다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볼 만했다. 다른 사찰보다도 정원이 잘 관리되어 있고, 건축물 또한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어 가마쿠라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찰이었다.
슬램덩크 성지순례, 가마쿠라코코마에역
하세데라를 둘러본 후, 이번 가마쿠라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장소 중 하나인 **가마쿠라코코마에역(鎌倉高校前駅)**으로 이동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 **"슬램덩크"**의 명장면이 탄생한 곳으로, 수많은 팬들이 찾는 성지순례 명소이다.
에노덴을 타고 이동하면서 점점 바다에 가까워지자, 설렘이 더 커졌다. 역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바다와 해안도로였다. 해변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와 파란 하늘이 만들어낸 조화는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역에서 2~3분 정도 걸으면 바로 그 유명한 건널목이 나타나는데, 역시나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었다. 현장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횡단보도 양쪽에서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고,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 근접 촬영이 어려울 것 같아,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멀리서 확대해 찍으려 했지만, 그쪽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다. 결국 다양한 구도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분위기를 즐기며 주변을 거닐었다.
사실 이 건널목보다도 바다와 평행하게 이어지는 해안도로나 몇 블록 지나서 보이는 조용한 길들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만큼은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이유로 찾아왔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있었다.
다음 열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며 가마쿠라의 바다를 감상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시 여행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다시 에노덴을 타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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