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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일기

도쿄 여행 4일 차 - 1 - : 메이지신궁, 팀랩보더리스, 시부야 스카이 그리고 도쿄의 밤

by 섯길 2025.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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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신궁에서의 여유로운 아침

도쿄 여행의 마지막 날, 사실상 일본에서 온전히 보낼 수 있는 하루의 끝자락이었다. 긴 일정의 마무리를 장식할 곳으로 메이지신궁을 선택했다. 메이지신궁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적인 인물인 메이지 천황과 그의 황후를 기리기 위해 1920년에 건립된 신사로, 연간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신사 중 하나다. 도쿄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깊은 숲속 같은 고요함을 자아내는 이곳은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힐링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메이지신궁 관련 사진

신사의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도리이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웅장한 규모와 나무 특유의 질감이 어우러져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리이를 지나 신사로 향하는 길에는 한쪽 벽면을 따라 수십 개의 술통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는 일본 전국의 양조장에서 헌납한 것으로 신사와 양조업의 깊은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소다. 각각의 술통에는 화려한 그림과 문양, 그리고 다양한 한자가 새겨져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본단으로 이동하니 신사 특유의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가 한층 더 깊게 느껴졌다. 방문객들이 조용히 소원을 빌거나 손을 씻으며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른 아침 시간대라 큰 행사가 없었고, 관광객도 많지 않아 조용하게 머물 수 있었다. 신사 한쪽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했다.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자니 어느새 깜빡 잠이 들 정도로 평온한 순간이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차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메이지신궁의 가장 큰 매력이라 느껴졌다.

메이지신궁 은행나무 사진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경내 곳곳에는 아직 단풍이 채 빠지지 않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자리하고 있었고, 따뜻한 햇살과 함께 황금빛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배경으로 마지막 도쿄 아침을 기념하는 사진을 남기고, 점심을 먹기 위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장어덮밥과 팀랩보더리스에서의 환상적인 경험

점심 식사로는 일본에서 꼭 맛봐야 하는 음식 중 하나인 장어덮밥을 선택했다. 도쿄에서 장어를 맛볼 수 있는 여러 유명한 식당 중, 도쿄타워 근처에 위치한 ‘고다이메 노다이와’ 본점을 방문했다. 일본 전통 가옥 구조의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는 마치 옛 일본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을 들게 했다. 내부에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목재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루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도쿄식 장어덮밥 사진

도쿄식 장어덮밥은 교토에서 맛본 것과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교토식은 숯불에 더 바싹 구워 씹는 식감이 살아 있는 반면, 도쿄식은 장어를 쪄서 부드러운 식감을 강조한 방식이었다. 특히, 장어의 작은 가시까지 세심하게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입 먹는 순간, 촉촉하고 풍미 가득한 장어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들며 감탄을 자아냈다.

아자부다힐스 관련 사진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 이번 도쿄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팀랩보더리스를 방문하기 위해 아자부다 힐스로 이동했다. 최근 새롭게 개장한 이곳은 초현대적인 건축물과 고급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복합 공간이었다. 특히 대형 광장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고 있어, 반짝이는 조명과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한층 더 로맨틱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팀랩보더리스 관련 사진

예약한 입장 시간이 되어 팀랩보더리스에 들어섰다. 이곳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아트 공간으로, 빛과 색이 어우러지는 작품들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한국에도 비슷한 디지털 미술관이 있지만, 팀랩보더리스는 공간의 활용과 몰입감이 남달랐다. 마치 가상세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 만큼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시부야 스카이에서 바라본 도쿄의 야경

팀랩보더리스를 충분히 감상한 후,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시부야스카이로 이동했다. 시부야스카이는 최근 가장 핫한 도쿄 여행 명소 중 하나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과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하면 바로 전망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시부야스카이 사진

전망대에 도착하니 이미 석양이 지기 시작했고,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도쿄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투명 벽을 통해 도시의 빛나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기에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해 보였다. 특히 전망대 한편에 마련된 포토스팟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촬영하는 인기 장소였지만, 혼자 삼각대를 세워 촬영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웠다. 결국 뒷사람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었고, 비록 완벽하진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시부야스카이에서 야경을 감상한 후, 마지막 저녁 식사로 햄버그 스테이크를 선택했다. 일본식 햄버그는 육즙이 가득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인데, 이곳에서는 한 접시에 두 가지 종류의 햄버그를 선택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하던 중, 반대편에서 방송 촬영팀이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마지막 밤을 기념하며 도쿄역을 찾아가 도심의 야경을 천천히 감상했다. 도쿄역은 클래식한 외관과 현대적인 내부가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내부에는 다양한 상점과 레스토랑이 가득했다.

마루노우치 일루미네이션 사진

역을 둘러본 후, 역 뒤편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일루미네이션을 구경했다. 조명의 화려함만 놓고 보면 롯폰기 쪽이 더 강렬하지만, 이곳은 조명 사이가 전부 보행로로 조성되어 있어 한층 더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조명을 배경으로 천천히 거닐며 도쿄의 겨울밤을 즐기는 느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거리는 성인 남성이 걸어도 꽤 긴 편이라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았고, 곳곳에서 다양한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노점들도 눈에 띄었다. 군것질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마지막 식사를 앞두고 있어 분위기만 만끽하기로 했다.

마루노우치 거리 근처에는 도쿄 국제 포럼도 위치해 있다.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으로,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내부 공간이 시원하게 개방감을 선사한다. 천장까지 탁 트인 구조 덕분에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도 색다른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어, 도쿄 여행의 마무리 코스로도 괜찮은 장소였다.

요네자와 규 오키 도쿄역점 사진

마지막 식사는 도쿄역 지하에 위치한 요네자와 규 오키 도쿄역점에서 즐겼다.

이곳은 소고기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된 소고기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구성이었다. 코스 요리라고 해서 거창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샐러드, 타다끼, 초밥,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전골까지 총 네 가지 요리가 나왔다. 소고기가 들어간 전골은 일본이나 한국에서나 실패할 수 없는 메뉴라 그런지 역시 맛이 훌륭했다.

식사를 하면서 맥주를 홀짝이다 보니 어느새 세 잔이나 마셔버렸다. 흥미로웠던 건, 직원분이 한국어로 응대하고 있었는데 일본어로 주문했더니 다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답해주셨다는 점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꽤나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마지막 한 끼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며,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도 서서히 끝나갔다.


여행의 끝, 새로운 여행을 기약하며

도쿄에서의 마지막 아침, 간단하게 샌드위치와 커피로 조식을 해결한 후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 일본 여행의 마지막 식사로 우설 정식을 즐기며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이번 도쿄 여행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동안 해외여행을 갈 때는 철저한 일정 관리 속에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지인들과의 약속, 예상치 못한 일정 변화, 그리고 조금 과했던 음주(?)까지 여러 요소가 맞물려 계획대로 여행을 즐기진 못했다. 그러나 타지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과의 시간이 값졌기에 후회는 없다.

아쉬웠던 부분들은 다음에 다시 도쿄를 방문하며 채워나가면 된다. 여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우연과 변수가 더해질 때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도 충분히 의미 있었고,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이렇게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또 하나의 여행이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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