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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일기

도쿄 여행 2일 차 - 1 - : 숙취, 회복, 그리고 도쿄의 밤

by 섯길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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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와의 전쟁, 그리고 완벽한 해장

모든 걸 내려놓고 술에 몸을 맡겼던 어제의 결과는 참혹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문 사이로 햇빛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었고, 이미 점심이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원래라면 일찍 일어나 부지런하게 움직이며 계획했던 일정을 소화해야 했지만,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참 지나버린 뒤였다. 그래도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이미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으니, 지금부터라도 일정을 짜맞춰서 어떻게든 하루를 굴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여행은 변수가 있는 법이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테니까.

여긴 어디지

 

숙소에서 몸을 일으켜 겨우겨우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뇌가 깨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도저히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건 반드시 해장이 필요하다’**라는 확신이 들었고, 숙소 근처의 유명한 해장 라멘집을 찾아갔다. 하지만 맙소사, 예상대로 웨이팅이 길었다. 가게 앞에는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고, 몇몇 가게는 30분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몸 상태가 멀쩡했다면 기다려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이 상태에서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결국 줄을 서는 것은 포기하고 계속 걸어가면서 웨이팅 없는 가게를 찾아보기로 했다.

한참을 걸어 다니다가 마침내 웨이팅이 없는 라멘 가게를 발견했다. 더 이상 고민할 여유가 없었기에 무작정 들어갔다. 메뉴판을 봤지만, 일본어 실력이 부족한 탓에 정확히 어떤 메뉴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국 가장 눈에 띄는, 그리고 아마도 가장 대표적인 메뉴일 것 같은 것을 골랐다. 다행히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내 앞에 놓인 것은 파와 숙주가 잔뜩 올라간 라멘이었다. 국물도 진하고 따뜻해, 술이 덜 깬 속을 편안하게 달래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두그릇을 먹겠다

 

하지만 정말 속이 안 좋았던 탓에 면은 거의 손도 대지 못하고, 국물만 후루룩 마시고 나왔다.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국물 맛이 워낙 좋았기에 언젠가 다시 와서 온전히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간단하게 해장을 하고 숙소로 돌아와 잠깐만 쉰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어? 저녁이네.

그렇게 나는 하루의 반을 날려버렸다. 원래 계획했던 일정이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뭐 어쩌겠는가.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니까.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이제라도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 저녁이 되었으니 조명이 아름다운 곳을 보러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에서 많이 보았던 롯폰기 일루미네이션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시부야의 규카츠, 그리고 롯폰기힐즈의 빛

롯폰기로 가기 전에, 미리 검색해둔 시부야의 유명한 규카츠 가게에 먼저 들렀다. 다행히 이곳은 웨이팅이 길지 않아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규카츠는 일본식 돈가스와는 다르게 겉은 살짝 익고 속은 거의 레어 상태로 제공되는 것이 특징인데, 처음 보는 비주얼이라 살짝 낯설면서도 굉장히 먹음직스러웠다.

소스에 비해 고기양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소스였다. 무려 6가지 종류가 제공되었는데, 처음에는 뭘 찍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모든 소스를 한 번씩 시도해보면서 각기 다른 맛을 비교해보았는데, 의외로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해 어떤 소스와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신중하게 골라가며 찍어 먹었지만, 나중에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텅 비어 있었다. 너무 맛있게 먹은 탓에 **‘앞으로는 위장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후, 메인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야외 정원이 있는 곳이라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여 한참을 머물렀지만, 기온이 꽤 낮아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잠시 몸을 녹인 후, 본격적으로 롯폰기힐즈로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예상했던 대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 있었다. 신호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휘슬 소리에 맞춰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이 광경을 구경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합류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며 사진을 찍고 난 후,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야경을 감상했다.


도쿄타워의 야경과 이자카야의 마무리

롯폰기에서 야경을 감상한 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도쿄타워 명소들을 방문하기로 했다. 도쿄타워가 잘 보이는 다양한 촬영 포인트를 찾아두었기에,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주차장 계단 스팟을 먼저 방문했다.

운 좋게도 대기 줄이 길지 않아 금방 내 차례가 되었다. 하지만 막상 삼각대를 들고 각도를 맞춰가며 셀프 사진을 찍으려니 생각보다 너무 민망했다. 아래에서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고, 혼자서 사진을 찍으려니 뭔가 어색해서 몇 장만 급하게 찍고 후다닥 빠져나왔다.

도쿄타워는 여기만한곳이 없는것 같다

 

그 후에는 좀 더 부담 없이 찍을 수 있는 횡단보도 앞 스팟편의점 앞 스팟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여유롭게 삼각대를 세워 원하는 구도로 여러 장을 남길 수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스카이트리도 멋있지만, 역시 도쿄의 상징은 도쿄타워다. 붉은빛으로 도시 한가운데를 밝히고 있는 그 모습이 도쿄라는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듯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 숙소 근처로 돌아와 미리 찾아둔 이자카야로 향했다. 웨이팅이 조금 있었지만, 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혹시 못 들어가게 될까 걱정됐다. 다행히 내 차례가 마지막이었고, 내 뒤에 온 사람들은 전부 입장이 거부되었다. 마지막 손님이 된 기분이 꽤 특별하게 느껴졌다.

생맥주와 꼬치 세트, 그리고 양파튀김을 주문했는데, 그중에서도 양파튀김이 정말 최고였다. 바삭한 튀김옷과 촉촉한 양파의 조합이 완벽했고, 거기에 소스를 곁들이니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맥주를 더 마시고 싶었지만, 이미 기계가 마감되었다고 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레몬 하이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3그릇은 더 먹을수 있다

 

비록 숙취로 하루의 반을 날렸지만, 결국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 듯했다. 내일은 좀 더 알찬 하루를 보내기로 다짐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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