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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일기

겨울 해파랑길 3코스 여행기 – 1 – : 도심과 자연, 그리고 바다

by 섯길 2025.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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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코스: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

해파랑길 3코스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대변항에서 출발하여 기장군청을 거쳐 일광해변, 동백항을 지나 임랑해변까지 이어지는 약 16.7km의 길이다. 이 구간은 도심과 해안, 산길이 적절히 섞여 있으며 기장군의 어촌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일부 구간, 특히 죽성리를 거르면서 봉대산을 지나 기장군청으로 향하는 루트는 다소 의아하게 다가온다. 봉대산을 통과해야 하는 구간이 있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으며, 기장군청을 지나 도심을 거치는 부분은 해파랑길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이날 2코스를 마무리한 후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 3코스 일부를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루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에 죽성리 해안도로가 아닌 봉대산을 지나 도심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예상과 달랐지만, 다음 날 다시 이곳을 찾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몰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 산행을 감행했다.

봉대산은 해발 217m로 정상에서 기장 시내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지만, 비로 인해 길이 미끄럽고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빠르게 이동해야 했다. 결국 해가 지기 전 기장 시내로 내려올 수 있었지만, 체력이 바닥났다. 이후 작은 공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먼지를 털고, 다음 루트를 다시 점검했다. 이후 기장군청을 통과하며 걷는 길은 큰 도로와 나란히 이어지는 구간이 많아 도심의 풍경을 온전히 즐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걷다 보면 차분한 느낌의 공원과 군청 주변에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며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기장군청 주변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며, 주변의 상업지구와 적당히 어우러져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일광해변으로 향하는 구간에서는 다시금 도심 외곽의 느낌이 강해지며, 넓은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이어졌다.

일광해변과 어촌 풍경을 따라 걷다

기장군청을 지나 일광해변으로 이동하는 길은 도심 외곽 도로를 따라 이어져 있었다. 넓은 자동차 도로를 끼고 있는 인도를 걷는 구간이 많아 걷는 재미가 다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광해변에 도착하니 조용하고 평온한 해변 분위기가 반겨주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잘 정돈된 도로와 주변의 숙박시설들을 보며, 이곳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해변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숙소가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있어 이동에만 한 시간이 걸렸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음 날 다시 일광해변으로 돌아와 3코스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일광해변을 출발해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기존의 어촌 마을과 비슷한 풍경이 이어졌고, 특히 이동마을은 미역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길을 걷다 보면 바닥에 널린 미역이나 대규모 미역 공장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부근에서 ‘바다앤장어’라는 일본식 장어덮밥집을 발견했는데, 마침 오픈 시간과 맞아떨어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교토에서 맛보았던 장어덮밥과 비슷한 스타일로, 다시물과 와사비, 김을 곁들여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후에는 선바위유원지 해안데크길을 걸었는데, 소나무 사이로 퍼지는 솔향과 나무 데크길, 그리고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다가 어우러져 최고의 산책길을 만들어냈다. 이곳은 3코스 중 가장 인상 깊은 구간으로, 자연과 인공구조물이 조화를 이루며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해안가를 따라 더 걸어가면 곳곳에 작은 항구와 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시간이 이 구간에서 가장 편안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해안데크를 지나면 소규모 어촌마을들이 이어지며, 조용한 어항들이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배에서 내리는 신선한 해산물을 손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해안길과 등대를 지나 3코스의 종착점으로

해안데크길을 마무리하고 다시 이어진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항구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빨간색 등대가 인상적이었으며, 작지만 조용한 항구가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부근에는 자그마한 양식장도 볼 수 있었는데, 정확히 무엇을 양식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해파랑길 3코스의 막바지에 이르면, 잘 정돈된 자전거길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마지막 구간을 지나면 3코스의 종착지인 임랑해변에 도착하게 된다.

이틀 동안 이어진 해파랑길 3코스를 마치고 나니, 처음에는 시간에 쫓기며 아쉬운 경험도 있었지만 차라리 아침부터 여유롭게 출발했으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파랑길 1~3코스를 걸으며 느낀 것은, 자연과 도심이 조화를 이루는 코스가 많았고, 그 속에서 어촌의 고유한 분위기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닷바람과 함께 걸었던 길, 그리고 중간중간 마주친 조용한 어촌 마을들은 해파랑길을 걷는 동안 가장 매력적인 요소였다. 이제 4코스부터는 울산으로 진입하게 될 예정인데, 또 다른 자연과 바다의 풍경이 나를 반겨줄 것을 기대하며 다음 일정을 준비해 보려 한다. 해파랑길의 다음 코스에서는 더욱 다양한 해안 풍경과 함께 또 다른 감동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울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서 새로운 문화와 지역 특색을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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