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었지만 무료 숙박권의 유효기간이 3월 이전까지라 어떻게든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해파랑길 1코스부터 3일간 도보 여행을 계획했다. 출발 전에는 갑작스럽게 한파가 시작되어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여행 당일부터 날씨가 풀리면서 한결 수월한 길을 걸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해선이 개통되면서 부산까지 가는 것이 훨씬 편리해져서 여행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이번 여행의 출발지는 울진역이었다. 첫차를 타고 부전역으로 향했는데, 현재 울진역 주차장이 무료 개방 상태라 주차 공간이 부족한 점을 참고해야 한다. 다행히 버스터미널 옆에 무료 주차장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좋을 듯하다.
열차를 기다리며 바라본 일출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고, 그렇게 3시간 30분의 기차 여행 끝에 부산 부전역에 도착했다. 부산에 처음 와본 터라 같은 한국임에도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신선한 기분이었다. 부전역에서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 해파랑길 1코스의 시작점인 오륙도로 이동했다.
오륙도에 도착하자 확 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며 감탄을 자아냈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풍경이 장관이었고,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푸른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함께 밀려오는 파도의 장엄한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스카이워크에도 올라가 보았는데, 다행히 바닥이 모두 투명하지 않고 중간중간 불투명 구간이 있어 끝까지 걸을 수 있었다. 만약 전부 투명했다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스카이워크를 지나며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한 후, 본격적으로 해파랑길 1코스를 시작했다.
해파랑길 1코스, 오륙도에서 동생말 전망대까지
해파랑길 1코스는 여섯 개의 구간으로 나뉘며, 모든 구간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걷는 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었고, 해안선을 따라 굽이치는 파도의 모습이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처럼 다가왔다.
첫 번째 구간은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하여 이기대로 이어진다. 시작점의 지대가 낮기 때문에 초반에는 오르막길이 많았지만,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힘든 것도 잊을 정도였다. 이 길은 공원에서 출발하는 덕분에 지역 주민들의 산책로로도 많이 활용되는 듯했다. 농바위 구간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끝나고, 그때부터는 비교적 평탄한 길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숲의 냄새를 즐길 수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걷는 내내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발길을 내디딜 때마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감싸며, 겨울 특유의 청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이정표가 애매한 부분이 있어 과하게 올라가는 갈림길이 보이면 한 번 더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만약 지나치게 가파른 오르막이 나오면, 이는 등산로일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곳곳에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체력을 조절하며 이동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곳곳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 멈춰서 경치를 감상하며 추억을 남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두 번째 구간은 평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이기대 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화장실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 적절했다. 이곳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은 후, 동생말 전망대로 향했다. 이 구간에도 계단이 몇 군데 있지만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중간중간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배들이 어우러지며 한층 더 운치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몇 개의 출렁다리를 지나 도착한 동생말 전망대는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포토존이었다. 전망대에서 잠시 바닷바람을 맞으며 경치를 감상한 후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부산 시가지로 접어들게 된다. 도착 지점에는 에어건이 비치되어 있어 흙을 털고 이동하기에 좋았다.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길이라 걷는 내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쾌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걷는 동안 발 아래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귓가를 맴돌며,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마음만큼은 따뜻하게 채워졌다.
이제 시가지를 걸을 시간이다.
'국내 여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해파랑길 3코스 여행기 – 1 – : 도심과 자연, 그리고 바다 (3) | 2025.02.21 |
---|---|
겨울 해파랑길 2코스 여행기 – 2 – : 오시리아 해안산책로, 대변 (0) | 2025.02.19 |
겨울 해파랑길 2코스 여행기 – 1 – : 미포철길, 청사포, 송정해변, 해동용궁사 (1) | 2025.02.18 |
겨울 해파랑길 1코스 여행기 – 2 – : 도심지부터 해운대까지 (2) | 2025.02.17 |